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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권호 변호사, "개헌, 87년 헌법체제는 바뀌어야 한다(Ⅱ)" 머니투데이 칼럼 기고

                    관리자 | 24-03-13 15:51

                    본문

                    전회 칼럼에서 권력 구조와 통치 체계적 관점에서 현행 헌법의 주요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그러나 현행 헌법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이것이 균형 있는 고찰이라 할 것이다. 87년 헌법은 6월 항쟁 당시 직선제 개헌을 위한 민주화 열망, 즉 대통령을 국민 손으로 선출하겠다는 강력한 시민사회적 압박에 의하여 탄생했다. 이를 통해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를 종식시켰고, 이후 어떤 대통령도 장기 집권을 시도할 수 없도록 하여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를 제도화했다. 결국 87년 헌법은 그 이전에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민주화를 이루었고, 대한민국이 OECD 국가이자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배와 6.25 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신생 독립국인 대한민국이 87년 헌법체제 하에서 매우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놀라운 경제,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그러나 87년 개헌 이후 37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은 그 사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경제성장률 저하, 급속한 고령화, 기후변화, 지방소멸, 남북한 관계, 복지 문제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37년 전에 마련된 현행 헌법의 통치구조는 이러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이고,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는 87년 헌법체제하의 각 정부들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보여준 바 없다는 점에서 부인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한편 우리사회는 현재 이념, 계층, 정당, 연령, 젠더 등 모든 사회 분야에서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수준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점점 심각해지는 국면에 이르렀다.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마땅함에도, 정파적인 이익에 따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여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결국 현행 헌법체제 하에 운영되는 정치시스템이 심각한 갈등 해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현행 헌법은 사회통합을 위한 최고규범으로써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37년 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의 통치구조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위주의적 독재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를 가교하는 역할을 수행한 87년 헌법은 이제 시대적 사명을 다한 것이다. 이에 헌법 개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된 시대정신을 담고, 사회적 통합을 마련할 수 있는 규범적 기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 개정될 수 있겠느냐,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여러 다층적인 차원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먼저 현행 헌법 자체가 헌법 개정을 지극히 어렵게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이른바 '경성(硬性)헌법'에 해당하여 헌법개정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고, 헌법개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행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가중된 의결정족수의 국회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국회 재적의원의 2/3 이상 찬성과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 및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국회 재적의원의 2/3 찬성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양당제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정당에서 집권 여당 또는 야당이 2/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진영 갈등이 극심하여 중요 법안에 대한 합의조차 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국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설사 기적적으로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가결되는 것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근래 일반 국민들의 정치무관심, 정치혐오는 심각한 수준이고, 헌법개정에 대하여 통일적인 컨센서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1987년 당시에는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독재시대를 종식시키려는 강력한 혁명적 에너지가 있었고, 대통령을 반드시 국민 손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통일적인 다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헌법개정 방향에 대한 통일적인 다수 의견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가하고 다시 투표 참가자의 과반 이상이 헌법개정안에 동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헌법 개정에 있어서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이어서 살펴보겠다./글 이권호 변호사    


                    본문 발췌 링크 : [이권호 변호사 법률칼럼] 개헌, 87년 헌법체제는 바뀌어야 한다(Ⅱ) - 머니투데이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