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자료

법무법인(유한) 강남
가장 좋은 선택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소식자료
                    소식자료

                    이권호 변호사, "개헌, 87년 헌법체제는 바뀌어야 한다(Ⅰ)" 머니투데이 칼럼 기고

                    관리자 | 24-03-04 15:46

                    본문

                    총선이 다가왔다.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적 이슈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지만, 개헌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정치권에서 개헌 이슈는 완전히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헌법학계와 시민사회뿐 아니라 다수 국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현행 헌법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1987년에 마련된 현행 헌법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은 개탄스러운 수준이다. 정치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절망적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기인하고 있다. 대통령 1인 중심의 권력 구조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방해하고, 정치의 구조적 위기를 초래한다. 이는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결함이라 할 것이다.

                    먼저 현행 헌법의 규정들은 일반적인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여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독점적인 입법권을 부여하여 권력분립의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법률안 제출권 외에도 긴급 처분 명령권, 계엄선포권을 보유하여 사실상 의회의 역할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갖고 있지만, 현행 헌법상 우리나라는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하여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주요 공직자 임명권을 가질 뿐 아니라 사법기관이나 별도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권, 대법원장 및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임명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헌법 자체가 대통령의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다음으로 87년 헌법 개정 이후 실제 정치 현실이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집권 정당의 실질적 수장으로서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장악하여 집권 정당의 의원을 통제하고, 입법부에 대한 실질적 권력을 행사해왔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집권 정당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강화되었고, 집권 정당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통법부로 전락하여 견제 균형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정 조직인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공정위 등을 장악하여 행정부 권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입법부 권력 그리고 나아가 사법부를 장악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후 당선된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에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여 국정을 좌지우지하면서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고, 스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5년 단임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 단임제는 단기적인 국정 운영만 가능하게 하고, 장기적인 국정과제의 실현이나 근본적인 국가전략의 달성을 어렵게 한다. 한 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책임정치 구현을 어렵게 한다. 최악의 경우 대통령이 임기 내내 권력을 남용하더라도, 물러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임기 5년 동안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이나 지지와 상관없이 그 지위를 유지하여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상실하고, 결국 레임덕에 빠지거나 심해지면 식물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임기 후반부에는 정반대의 권력 누수 현상을 보여줄 수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87년 헌법체제의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임기 말기에 심각한 레임덕을 경험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는 상대 다수대표제를 채택하면서도 승자독식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현행 헌법하에서 대통령 후보 중 1등만 하면, 과반의 투표수를 획득하지 못해도 대통령에 당선된다. 87년 헌법 체제에서 당선된 대통령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역설적이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역사상 유일하게 탄핵을 당했다), 모두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한 바 없다. 과반수 미만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은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다수의 국민은 당선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임기 내내 권력의 정당성에서 불완전한 상태를 초래한다. 이점이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행 헌법 하에서 한 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국정 운영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간다. 대선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이 권력의 중심부를 모두 독차지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상대방 정치 진영은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되고, 형사상 책임까지 추궁 당하게 된다. 전임 대통령은 적폐로 간주되어 소위 '감방'에 가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으로 당선된 세력은 국책사업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하고, 국가예산과 국가 전반의 가용자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배분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는 권력과 자원배분뿐 아니라 생존까지 판돈으로 건 거대한 한판의 도박장이 되어 버린다. 동시에 대립되는 정치 진영 사이에 죽이지 않으면 죽게 되는 거대한 전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현행 헌법 체재에서 정치 세력 사이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현행 헌법상 제왕적 대통령제 및 여러 권력 구조상 결함, 그리고 이에서 파생되는 현실적인 정치 문제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음 칼럼에서는 개헌의 당위성과 그 어려움에 대해 이어서 살펴보겠다./글 이권호 변호사   


                    본문 발췌 링크 : [이권호 변호사 법률칼럼]개헌, 87년 헌법체제는 바뀌어야 한다(Ⅰ) - 머니투데이 (mt.co.kr)